본문 바로가기
미국 라이프/Becoming Mommy

감동이와의 첫 주

by libresoy 2017. 4. 27.
728x90

1일
예정일이 지났지만 별 일 없을거라 생각하고 병원에 갔다가 바로 입원했습니다. 양수가 많이 부족한 상태이고 아기가 큰 편이라 제왕절개를 하던 유도분만을 하던 오늘 안에 아기가 나와야 한다고 하더군요. 유도분만제를 맞자 거짓말처럼 진통이 오고 양수가 터졌습니다. 다행히 바로 무통주사를 맞아 통증은 못 느낀 상태로 6시간을 보냈으나 3센치 이상 벌어지지 않아 밤 9시에 제왕절개를 들어가 9시 38분에 감동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따뜻한 아기가 배에서 나가서인지, 마취약의 부작용인지 오한이 들어 벌벌 떨면서 회복실에 가자 남편이 감동이를 안고 기다리고 있더군요. 다른 아기처럼 울지 않고 남편 품에 있는 감동이가 너무 이쁘고 착해 보였어요.

Baby basic수업시간에 들은대로 첫날밤은 그나마 잘 자는 축에 속해요. 중간에 칭얼대면서 깰 때 가슴 위에 올려놓으니 심장소리 때문인지 체온때문인지 엄마냄새를 기억해서인지 잘 안울고 푹 잤어요. 물론 이 날은 폭풍전야정도 된다고 볼 수 있겠네요.

2일
밤새 내 몸에 들어간 마취약 때문에 다리에 힘이 안들어갑니다. 사실 오전까지는 소변줄을 달고 있으니 일어날 일이 없어서 다리에 힘이 안들어가는지도 모르는데 오전에 소변줄과 척추에 꽂았던 마취약 줄을 빼자 배는 두들겨 맞은듯하고 침대 바로 옆 화장실까지 가려면 간호사를 호출해야만 했습니다. 이날은 소변량도 체크해야 하고 오로가 많이 나와서 간호사가 직접 비데를 해주는 호사(?)를 누렸네요ㅎㅎ
입원해 있는 기간에는 매일 오전 산부인과와 소아과 의사가 회진을 도는데요, 이날은 산부인과의사는 수술부위 체크와 아기 포경수술 신청서(?)를 줬구요, 소아과 의사는 아기의 상태에 대해 알려줬어요. 감동이는 워낙 크게 나와서인지 건강하지만 여러 테스트가 아직 남았다고 하더라구요. 참, 분만전에 아기에게 vit K, hep B 백신, 눈에 항생제 넣을지 물어봐요. 저는 다 한다고 했어요. 비형간염백신의 경우 분만 시 바로 맞지 않아도 되서 나중에 결정해도 되는데요, 결정을 못내리셨으면 입원기간 내내 물어볼거에요.
저는 수술 바로 다음날 밥도 잘 먹고 큰일도 해치우는 등 큰 불편함은 없었는데요, 모유수유는 정말 복병중에 복병이었어요. 산모교실이나 드라마에서처럼 아기가 젖꼭지를 덥석 물거라 생각했는데ㅠㅠ 울 감동이는 제 젖꼭지만 입에 닿으면 너무 크게 울고 할퀴고 그랬어요 ㅠㅠ 상처받았다는 ㅠㅠ 이론상으로는 아기가 태어나서 삼일까지는 굶어도 살 수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저는 태어나서 아무것도 못먹고 울기만 하는 감동이를 그냥 볼 수 없어서 이날 밤에 간호사에게 분유를 달라고 했어요. 액상분유를 쭉쭉 빨아먹는 감동이를 보며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하는 마음이 들더라구요. 물론 이것때문인지 저는 퇴원할때까지 모유수유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저녁에는 오전에 준 포경수술 동의서를 제출하고 분유 먹이고 트름시키며 밤을 지새웠네요ㅎ

3일
미국인들은 분만 후 다음날 샤워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저 역시 본의 아니게 수술 후 이틀만에 샤워를 하게 되었어요. 새벽에 간호사가 모유수유 하라며 자는 저를 깨우고 감동이를 제 가슴팍으로 데리고 왔는데, 순하게 자던 아기가 제 땀이난 몸 근처에 오니 "엥"하며 얼굴을 확 찡그리며 울더라구요. 물론 땀 때문은 아니겠지만, 저에겐 마치 '어디서 더러운걸 먹으라는 겨!!' 이렇게 느껴져 바로 비틀거리며 샤워를 했답니다. 나의 청결 바로미터가 되주어 고마워 ㅠㅠ
밤새 아기가 끙끙 소리를 내며 자는 소리를 들어서 의사쌤께 물어봤더니 아기가 소리 내는거는 양수가 기도 등에 남아서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근데 질문하고 부터는 양수가 다 빠졌는지 소리가 안났어요 소아과 의사를 옐프 리뷰보고 정했는데 나쁘지 않은 선택인것 같았어요 ㅎㅎㅎ
오전 10시 반 경에 포경수술을 하고 돌아와서 수술 부위를 봤을 때는 괜히 시켰나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고추 끝이 새빨간 것이 너무 아파 보이더라구요. 하지만 초등학교때 포경수술을 했던 남편은 차라리 기억 안날 때 하는 것이 낫다며 잘한 거리고 해서 그 말에 위로 받았어요. 엄마 된지 며칠이나 됐다고 뭐든지 감동이 위주로만 생각하게 되네요ㅎㅎ
미국에서 모유 수유 전문가를 락테이션 컨설턴트라고 하는데, 이분들이 매일와서 아기 젖물린 것을 도와주셨어요. 제 친구의 경우는 이 분들의 도움으로 젖을 잘 물리게 되었다고 하는데 저의 경우 아기가 너무 격렬히 거부해서 이 분들마저 포기하고 유축기를 주시더라구요. 우리 감동이가 별난건지, 너무 강렬히 거부하는 와중에 배꼽이 쓸려서 피까지 봤어요 ㅠㅠ
결국 초유는 병아리 눈꼽만큼 유축해서 주사기로 입에 넣어주었네요.

4일
어제 통과 못 한 히어링 테스트를 이 날은 통과했네요. 또 황달도 아닌걸로 결과 나와서 아주 튼튼한 몸임을 입증하며 내일 퇴원할 준비를 차근차근 했죠.
모유수유는 여전히 온몸으로 거부중이고 15분 유축해도 10 ml도 안되는 초유를 거의 입에 발라가며 '난 모유를 먹이고 있다'는 정신승리 중 ㅎㅎ
참, 첫 날 부터 birth certificate신청하라고 종이를 주었는데 시부모님의 이름 간택이 늦어지는 바람에 오늘에서야 신청서를 냈어요. 간호사한테 제출하면 되고 일주일 쯤 후에 vitalcheck.org 가서 돈내고 신청하면 되요. 한번에 10장까지 뽑을수 있는데 10장 꽉 채워서 뽑는게 좋아요. 여권신청, 입학, 영사관에서 출생신고 등 많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구요.
아 그리고 이 날이 그 유명한 아틀란타 고속도로 일부가 무너진 날이네요. 어쩐지... 남편이 친정부모님과 식사 하고는 너무 늦게 돌아왔더라구요. 길이 다 주차장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하네요. ㅎㅎ

5일
퇴원 체크리스트에거 딱 하나 빠진 소아과 예약을 완료하고 짐을 싸고 있으니 퇴원 간호사가 와서 집에가서 유의할 사항, 1주 소아과 검진 시 가져가야 할 서류 등을 챙겨줍니다. 아, 씨밀락에서 나온 보냉가방과 분유샘플도 퇴원할 때 줘서 잘 썼어요ㅎㅎ
퇴원시에는 남편이 먼저 주차장으로 이동하고, 저와 아기는 휠체어를 타고 병원 입구에서 만나 집으로 돌아왔어요. 구형 캠리의 신나는 락킹을 처음 경험한 감동이가 숙면을 취하며 집에 왔네요 ㅎㅎㅎ

6일
집에 온 첫날 밤은 전쟁터였습니다. 초반에는 잘 자서 우리 감동이가 천사인가 싶었지만... 새벽 3시부터 7시까지 논스톱으로 울어서 울 친정 부모님까지 밤을 지새웠죠. ㅠㅠ
다행히 저는 가슴 마사지를 위해 산후조리해주시는 분이 방문하시기로 되어있었어요. 그 분이 오셔서 알려주시길 감동이가 밥울 양껏 못먹어서 울었다는 거에요. 소아과 의사가 1-2온스만 먹이고 아이에게 공갈 젖꼭지 같은 거 주면서 달래라고 했었거든요. 과식하면 큰 일 날것처럼 이야기 해서 그대로 따랐었는데ㅠㅠ 역시 교과서랑 현실은 다른가봐요. 실제로 그날 밤에 양껏 먹였더니 울지않고 잘 잤어요 ㅎㅎ
산후조리사 분이 상담 외에도 살짝 멍울이 진 가슴을 마사지 해주었더니 바로 유축양이 늘어났더라구요. 그래도 양쪽 합해서 80ml ㅠㅠ 이 마사지 덕에 젖몸살 안 겪고 잘 넘어간 듯 해요. 유축 시 멍울 잡히는 곳은 알려주신대로 마사지 해주면 곧잘 풀리더라구요. 그래서 혹시 산후조리사 부르는 거 고민하시는 분 계시다면 저는 강추 합니다. 두세시간이라도 오셔서 봐주시는게 욱아참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ㅎㅎ





'미국 라이프 > Becoming Momm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 출산비용  (0) 2017.09.06
험난했던 모유수유 성공기  (1) 2017.06.19
피드몬트병원 출산후기  (4) 2017.04.16
아틀란타 산부인과 정하기  (0) 2017.04.11
셀프 베이비샤워 후기  (0) 2017.02.28